IT/과학
동해 심해 200m 아래, AI 식히는 '수중 데이터센터' 가동
2026년 8월 3일
삼척 앞바다에서 가동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수중 데이터센터가 AI 열풍으로 폭증한 전력과 발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강원도 삼척시 교동 해안에서 동쪽으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해상.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2026년 8월의 뙤약볕 아래, 파도 위에 떠 있는 3천 톤급 고압 작업선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 선체 위 크레인이 지름 4미터 크기의 거대한 원통형 강철 구조물을 천천히 바다 밑으로 내리는 중이었다. 물속으로 사라진 장비의 정체는 잠수함이 아니다. 초고속 연산을 수행하며 쉴 새 없이 열을 내뿜는 인공지능(AI) 서버 가득한 ‘수중 데이터센터’다.
국내 스타트업 ‘딥블루테크’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공동으로 개발한 수중 데이터센터 ‘오션블루 1호’가 한 달간의 모의 가동을 마치고 이날 본격적인 상업 운영에 들어갔다. 수심 200미터 깊이의 차가운 동해 바닷속에 자리를 잡은 이 데이터센터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한계에 다다른 전력 공급과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장이다.
지상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늘 뜨겁다. 수만 대의 서버가 내뿜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거대한 냉각용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소모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식히는 데만 쓸 정도다. 오션블루 1호는 이 비효율을 자연의 힘으로 뒤집었다. 동해 해류의 수심 200미터 이하 심층수는 연중 2도에서 5도 사이의 저온을 유지한다. 이 차가운 바닷물이 원통형 캡슐 외벽을 감싸며 내부 서버의 열을 순식간에 빼앗아 간다.
수치로 보는 성과는 극적이다. 오션블루 1호의 전력효율지수(PUE)는 1.03을 기록했다. PUE는 1에 가까울수록 냉각에 전력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국내 지상 데이터센터의 평균값인 1.4를 크게 웃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기요금만 매달 약 38%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냉각을 위한 물 소비량도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육상 데이터센터가 하루 수만 톤의 아까운 민물을 증발시키며 식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션블루 1호가 소비하는 전력 또한 친환경적이다. 강원도 일대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잉여 재생에너지를 송전선으로 직접 끌어다 쓴다. 그동안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로 버려지던 전기를 알뜰하게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물론 심해에 민감한 전자기기를 밀봉해 집어넣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압과 부식이었다. 딥블루테크 연구진은 특수 티타늄 합금과 탄소섬유를 복합 가공해 20기압 이상의 압력에서도 찌그러지지 않는 3중 구조 밀봉 캡슐을 설계했다. 바닷물의 염분으로 인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고분자 코팅 기술도 적용했다.
내부 모니터링과 수리는 원격 무인 잠수정(ROV)이 맡는다. 캡슐 내부에는 산소 대신 질소를 가득 채워 화재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고, 고장이 나면 해당 서버 모듈만 슬라이딩 방식으로 자동 분리해 해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로봇 팔 시스템을 탑재했다. 딥블루테크의 김진우 대표는 "초기 설치 비용은 지상보다 1.5배 많이 들지만, 저렴한 유지비와 냉각 효율 덕분에 3년이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 단체 일각에서 제기하는 해양 생태계 영향 우려에 대해서도 준비를 마쳤다. 열을 흡수해 따뜻해진 배출수는 곧바로 바다로 내보내지 않는다. 해상에 설치된 2차 열교환기를 거쳐 온도를 주변 바닷물과 유사하게 낮춘 뒤 방류한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온수를 인근 육상 양식장에 공급해 겨울철 양식 비용을 줄이는 상생 모델도 삼척시와 협의 중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심장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흐름은 거부하기 힘든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빅테크 기업들도 바다나 북극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지만, 삼면이 바다이면서 깊은 수심의 동해를 품은 한국은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육지 땅값 상승과 송전선로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카드로 수중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삼척 앞바다의 푸른 물결 아래서 차갑게 식어가는 실리콘 칩들이 미래 IT 영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