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운영자 작성

[호르무즈의 딜레마] 트럼프의 참전 요구, 사면초가 놓인 한국

2026년 9월 8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전 파병 요청을 맞닥뜨린 정부가 파병 시 중동발 경제 파국과 미파병 시 한미동맹 훼손이라는 최악의 외통수 갈림길에 섰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지하 벙커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
백악관으로부터 날아온 한 장의 친서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공식화하며, 한국에 '응분의 역할' 즉 전투 병력과 해군 함정의 호르무즈 해협 공동 파견을 강력히 요구했다.
2026년 9월 현재, 중동의 전운은 최고조에 달했고 정부는 건국 이래 가장 까다로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가장 직관적인 선택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청해부대를 확대 개편하거나 추가 전투함을 파견하는 방안이다.
혈맹의 요청을 들어줌으로써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미군의 한반도 방위 공약을 확실히 묶어둘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하다.

당장 중동발 에너지 수송로가 차단된다.
한국은 원유의 72%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만약 한국군이 미군 주도의 연합군에 합류해 이란을 향해 총을 겨눈다면, 이란 혁명수비대의 보복 표적은 한국 국적 유조선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울산과 대산항으로 들어오는 원유 공급망이 일주일만 막혀도 국내 석유화학 공장 절반이 멈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한국케미호 나포 사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물리적 타격과 원유 가격 폭등이 한국 경제의 목을 죌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중동 전역에서 진행 중인 수십조 원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도 단숨에 물거품이 될 위험이 크다.

반대로 파병을 거부하는 시나리오는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적 동맹관을 숨기지 않는 인물이다.
한국이 위험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미국 역시 한국의 안보를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들고 나올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거론된다.
오산과 군산 기지의 미 공군 전력 일부가 철수하거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다섯 배가 넘는 연간 100억 달러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압박이 현실화할 수 있다.
세종연구소의 김준형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는 안보 요구를 거절당할 경우 관세 폭탄을 통한 경제적 보복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산 전기차와 반도체에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된다"고 짚었다.
북한의 전술핵 도발이 이어지는 와중에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역시 뼈아프다.

파병하면 경제가 죽고, 파병하지 않으면 안보와 동맹이 무너지는 극단적인 외통수다.
정부는 과거 이라크 파병 당시의 서희·제마부대처럼 비전투·의료 지원 부대 파견이라는 절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의 요구는 단호하다.
이번에는 실질적인 전투 능력을 보여달라는 압박이다.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은 이른 아침부터 시민단체의 파병 반대 시위로 어수선하다.
용산의 고심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으며, 코스피 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