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바쁜 일상 비우고 시골로"... MZ세대 사로잡은 '촌캉스' 열풍
2026년 7월 29일
바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휴식을 즐기는 '촌캉스'가 MZ세대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빌딩 숲과 숨 막히는 소음 속에서 벗어나, 고요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촌캉스’(시골+바캉스) 열풍이다. 과거 휴가철이라고 하면 고급 호텔에서 수영과 고품격 서비스를 즐기는 ‘호캉스’가 대세였으나,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화려함 대신 소박하고 정겨운 멋을 선택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시골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서적 치유’와 ‘디지털 디톡스’이다. 초연결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모바일 알림과 업무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 맑은 공기를 마시고, 한옥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산을 바라보는 ‘산멍’이나, 타오르는 아궁이 불을 보며 생각을 비우는 ‘불멍’은 촌캉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트렌드는 이른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문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할머니 세대의 옷차림이나 식습관을 힙한 문화로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에게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시골집은 최고의 놀이터이자 문화 공간이다. 이들은 시골 전통 시장에서 산 화려한 패턴의 몸빼 바지를 맞춰 입고 익살스러운 포즈로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한다. 또한 직접 가마솥에 밥을 짓거나 텃밭에서 딴 채소로 투박한 시골 밥상을 차리는 과정을 하나의 이색적인 놀이이자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시골로 향하는 젊은 발걸음은 침체되어 있던 지역 경제와 지방 관광 산업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던 지자체들은 촌캉스 트렌드를 반기며 이를 겨냥한 맞춤형 상품과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층을 유치하기 위해 한옥 숙박비를 지원하거나, 지역 장인과 함께하는 전통 공예 체험 및 농가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연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숙박에 그치지 않고 지역 농특산물의 소비 증진과 로컬 브랜드의 성장으로 이어져, 지역 사회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숙박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에 농가 주택이나 한옥 독채 숙소의 검색량과 예약률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며 “과거에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시골 여행이 이제는 젊은 세대의 개성을 표출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가장 트렌디한 여행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촌캉스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일부 인기 지역의 숙박 요금이 과도하게 치솟는 ‘바가지요금’ 논란이나, 허가받지 않은 무신고 숙박업소의 안전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촌캉스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위생 및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침해하지 않는 여행객들의 성숙한 에티켓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자연과 사람, 그리고 전통이 어우러진 시골에서 진정한 쉼을 찾는 사람들. 이들의 소박한 여정은 빠르게 달려가는 현대 사회에서 잠시 멈추어 서는 용기이자, 우리 삶에 건강한 에너지를 채워 넣는 소중한 쉼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