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영자 작성

"1등급 아니면 자퇴?" 5등급제가 남긴 교실의 그늘을 보듬으며

2026년 8월 10일

내신 5등급제 개편 이후 늘어난 고교 자퇴생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배움의 공간으로서 학교가 나아갈 따뜻한 동행의 길을 모색해 봅니다.

요즘 평일 낮시간에 거리나 카페를 다니면 고등학생 나이로 보이는 교복을 입지읂은 학생들이 자주보입니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친구들은 올해들어 자퇴서를 내고 학교에 있을 시간에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지요.
내신 5등급제가 처음 도입된 세대인 이 친구들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씁쓸함이 묻어납니다.
첫 학기 성적표를 받고 나니 3등급 아래로 밀린 과목들이 눈에 밟혀, 더 늦기 전에 정시 수능에 집중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추억이 가득해야할 고등학교 시절을 잃어버리는 것 아닐까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경쟁을 완화하고 교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한 내신 5등급제는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조기에 교실을 떠나는 아이들을 늘리고 있습니다.
기존 9등급제에 비해 상위 등급의 문턱은 다소 낮아진 듯 보이지만, 대학들의 입시 전형이 그에 맞춰 완화되지 않자 학생들은 더 큰 불안감을 느낍니다.
1등급(상위 10%)과 2등급(상위 34%)의 범주에 들지 못한 이른바 ‘중간층’ 학생들은 패자부활전이 없는 현실 속에서 자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몰리듯 고민하게 됩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관내 일반고의 1, 2학년 자퇴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4.5%나 급증해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마음은 참으로 참담합니다.
교실은 단순히 성적표의 숫자를 겨루는 경쟁터가 아닙니다. 친구와 눈을 맞추며 양보를 배우고, 시험을 망쳤을 때 서로 등을 토닥이며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을 배우는 삶의 배움터입니다. 단 한 번의 내신 실수로 교정을 떠나 홀로 차가운 독서실로 향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가 어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깊이 자문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입시 제도와 교육 과정의 따뜻한 조화입니다.
평가 방식은 바뀌었지만 대입 전형이 여전히 경직되어 있다면, 아이들은 끊임없이 학교 밖으로 탈출하려 할 것입니다.
경쟁에서 조금 처지더라도 학교 안에서 다른 재능을 발굴하고 만회할 수 있도록 돕는 다각적인 지원 체계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품어주는 보살핌의 교육이 절실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