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물가 장기화에... 실속형 '짠테크' 소비 확산

2026년 7월 30일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초저가 상품을 찾는 실속형 소비 패턴이 유통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대신, 극도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이른바 ‘실속형 소비’로 돌아어서고 있다. 과거 과시적 소비를 즐기던 MZ세대마저 지출을 최소화하는 ‘짠테크’에 합류하면서 유통업계는 초저가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관찰되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을 대변하듯 편의점의 초저가 간편식 매출은 전년 대비 급증했다. 2천 원대 초저가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컵라면 결합 상품 등이 직장인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점심값을 아끼려는 직장인들이 편의점으로 몰리면서 이른바 ‘편의점 런치족’이 하나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한정된 예산으로 풍족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성비 중심의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역시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라인업을 강화하며 불황 극복에 나서고 있다. 중간 유통 마진을 대폭 줄여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B) 제품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 PB 상품은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인다. 우유, 화장지, 라면 등 생활 필수 소비재에서 시작된 PB 열풍은 최근 간편조리식과 가전제품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소비자가 과거 브랜드 인지도 중심의 선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가격과 일정한 품질이 보장되는 실속형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트렌드는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기프티콘을 저렴하게 사고파는 모바일 거래 앱의 이용자가 급증했으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최대 8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마감 할인’ 플랫폼 역시 연일 성황이다. 또한 공동구매를 통해 배송비를 절약하거나 포인트 적립형 ‘앱테크’를 활용해 소소한 생활비를 버는 스마트 소비자가 일상화되었다. 불필요한 낭비를 원천 차단하고 단 돈 100원이라도 아끼겠다는 극단적인 합리성이 소비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불황형 소비의 이면에 ‘소비 양극화’ 현상도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평소에는 극도로 소비를 줄여 저축하고 아낀 돈을 자신이 가치를 두는 특정 영역이나 단 한 번의 특별한 경험(예: 하이엔드 다이닝, 해외여행 등)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형태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들에게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요구한다. 중간 지대에 위치한 모호한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반면, 압도적인 저가 전략을 취하거나 혹은 완전히 차별화된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는 양극단의 비즈니스 모델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소비 패턴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인구 구조 변화와 장기 저성장 기조가 맞물린 구조적 변화의 서막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산 가격 정체와 실질 소득 감소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 습관을 고착화하고 있다”라며 “기업들은 단순히 가격을 내리는 1차원적 마케팅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해주면서도 심리적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리한 제안을 지속적으로 던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다가오는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유통 기업들의 생존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